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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조 작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 지회장

“영화 제작·관람 등 부산시민 참여도 높이겠다”

[사람 사람을 만나다] - (118)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장 서영조



2007년 첫 시나리오 ‘솔피의 눈물’ 본상 당선
부산서 작가교육원 운영하며 지역 인재 양성

부산영화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 제15대 회장 서영조(52·여·남구 대연동)를 만났다. 그는 부산스토리아카데미 원장으로서 학교, 관공서, 기업체 등에서 스토리텔링 강의도 하고 작가양성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 시나리오 작가가 된 계기와 영화도시 부산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금년 3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최연소 회장이란 수식어가 있던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지난 3월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의 54차 정기총회에서 15대 회장으로 추대됐습니다. 영화인협회장은 감독, 배우, 작가 중 정회원의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인준 조건’이 있어 저처럼 젊은 회장이 선출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최연소 회장’이라는 수식어가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 시나리오 작가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입시(논술)학원을 운영하던 어느 날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때 ‘작가’를 꿈꿨던 오래전 일이 떠올라서 가족들 앞에서 너스레를 좀 떨었습니다.“내가 국민학교 댕길 때 여름방학을 하면 꼭 해야 하는 숙제가 동시 세 편, 독후감 그라고, 잔디 씨 한 홉 제출이 있었거덩. 내가 4학년 때 옆집 6학년 오빠가 소 먹이러 갔다가 잔디 씨를 훑어 왔다며 내보고 시를 적은 원고지 있으마 물물교환하자 하데. 그 당시에 내가 교내 백일장부터 각종 교외 글짓기대회에서 모든 상을 쓸었던 때라 나름 글짓기엔 인지도가 있었던 거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산에 가서 잔디 씨 훑느라 고생할 필요 없고 잘 됐다 싶어가 내 숙제로 지어 둔 동시를 내 줬지. 그란데 그기 소문이 나서 동시쓰기보다 잔디 씨 훑기가 빠르고 편했던 동네 오빠, 동생, 친구들이 잔디 씨를 거의가 한 홉 이상씩 들고 오기 시작했고,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밥상이 달라졌지. 방학 동안 물물교환으로 거둬들인 잔디 씨는 잘 익은 시원한 수박통으로,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찜닭으로, 냄새부터 죽이는 고등어 자반으로 둔갑을 하면서 장남 제일주의였던 엄마는 급기야 오빠 옆 선풍기를 내 앞에 갖다 놓았고 나는 한여름 매미 소리를 들으며 시만 지으면 되는 문학소녀였던 거지” 전설의 고향 같은 제 이야기를 다 들은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해보라고 격려까지 했고, 저는 가족들의 응원에 늦은 감이 있을지라도 도전을 해보자고 마음속으로 결심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남편이 드라마작가 초빙 특강광고가 실린 신문을 내밀더군요. 남편의 성의 때문이라며 못 이기는 척 참가를 했는데 영상물(영화, 드라마)을 쓰는 영상작가라는 직업에 매료되면서 ‘다음에 내가 저 강단에서 당선특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2006년 4월이었고, 7월에 바로 교육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KT디지털콘텐츠 공모전에서 생애 첫 시나리오인 ‘솔피의 눈물’로 본상에 당선하면서 2007년 4월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습니다.


- 첫 시나리오로 당선을 하셨는데, 남다른 비결이 있는지요?

▲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당선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솔피의 눈물’은 고래잡이 포수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쓰는 3개월 동안 장생포를 비롯 작품의 무대가 되는 구룡포를 주말마다 찾아 어부들과 어울리며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그 열정으로 완성한 작품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제 작품을 읽으면서 울고 웃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이 작품에서만큼은 제가 천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고 어떤 자리에서 작가이자 감독인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심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저의 ‘솔피의 눈물’이라고 하시는 겁니다. “처음엔 작가가 진짜 뱃사람인줄 알았습니다. 발로 쓴 이야기란 걸 한눈에 알게 한 작품이었거든요” 그 칭찬에 용기를 내어 그분께 다가가 “그 솔피의 눈물을 쓴 작가 서영조입니다” 하고 제 소개를 드렸더니 얼마나 놀라시고 반가워하시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최선을 다하면 이미 최고라고 하듯이 전 열정만큼 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계기로 작가교육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까?

▲ 2007년 당선 후 제가 수료한 교육원의 전문반 담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2011년 6월, 작가교육원 원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문을 닫고는 서울로 되돌아가버렸습니다. 하루아침에 배울 곳이 없어진 부산학생들에게 서울 본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대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 1회 수업이지만 월 4회 서울까지의 왕복 교통비는 수업료보다 더 부담스러운 출혈이었고, 오가는 시간은 직장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니 사실상 유명무실한 대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찌 서울교육원을 수료하더라도 지방 학생과 서울의 학생들은 소통을 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고립된 창작자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 지역의 지망생들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2011년 9월 부산스토리아카데미를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비롯 공무원 인재 개발원, 기업체,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고 작법교육을 하면서 제가 걷고 있는 길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 작은 것 하나라도 알려주고 등단하고 후배가 되는 걸 지켜보면서 뿌듯함과 보람은 덤으로 얻는 기쁨입니다. 아카데미 개원 5년 만에 KBS당선 등 8명의 당선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제자가 후배작가가 되었으니 저 또한 더 열심히 써야 하는 자극과 동기부여가 됩니다.


- 최근 스토리 산업, 이야기 산업 열풍이 불면서 작가 교육, 강사가 늘고 있습니다. 부산 시장 사정은 어떻습니까?

▲ 부산도 교육기관과 강사가 늘고 있습니다. 피교육자들에겐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좋은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지요. 그러나 이 분야 시장의 속성을 모르는 피교육자들이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선택을 힘들게 하는 문제가 되어 종종 상담을 해옵니다. 저는 우선순위로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부분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강사(기관)를 찾으라고 합니다. 간혹 사람(강사)보다는 기관(외형 - 홈페이지, 온라인 검색순위 등)을 중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전 교육기관도 중요하지만 강의하는 작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입증하는 것이지, 어느 기관을 졸업했다고 취업이 되거나 작품을 계약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영상작가는 일반적으로 당선 작가와 입봉(대본이 영상화되는) 작가 두 분류로 나눕니다. 저희 세계에서는 당선 작가는 ‘엘리트’, 공모전 당선 없이 입봉을 먼저 한 작가는 ‘낙하산’으로 비유합니다. 그러니 기초 작법부터 배움이 필요한 분은 당선을 한 작가의 강의를 들으면 좋을 것이고 장르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싶으신 분은 자신의 장르와 같은 장르 작가에게 배우면 가장 이상적인 학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자인 강사의 경우, 남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가르치는 일에는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작가 당선만을 목적으로 배우던 몇 해 전과 달리 자기 개발의 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려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꿈을 이루고 싶은 젊은이들이,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절박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그런 지망생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가끔 그럴듯한 포장으로 현혹하는 강사나 기관을 볼 때가 있는데 선배로서, 영화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물론 얄팍한 지식으로 크게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포장이 얼마를 가겠습니까. 물론 장사가 안 되면 문 닫으면 그만이지 할 수 도 있지만 저는 이미 2011년 작가교육원의 폐업으로 상처를 받은 많은 부산시민들을 지켜봤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내는 장사꾼이 아닌 선배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한다면 영화도시 부산 명성에 걸맞는 시나리오 작가들을 양성하리라 확신합니다. 작가는 운 좋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 먼저 부산영화인협회장으로서의 계획은 ‘시민에게 다가가는 협회’입니다. 부산은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 창의 도시’로 지정할 만큼 이제 명실상부한 영화의 도시입니다. 물론 부산이라는 도시가 영화계에서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과 도움이 되어 준 기관들이 많지만 부산이 영화영상도시로 발돋움하며 발전하는 과정에 부산영화인협회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964년 창립한 부산영화인협회는 지방 최초의 영화단체로 낙도위문 영화상영회와 기록영화제작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 1980년 전국 규모의 부산단편영화제(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발족시켰습니다. 2000년부터는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문화 창조의 한마당으로 ‘부산영상제’를 개최, 올해로 17회를 맞으면서 ‘부산영화제’로 거듭납니다. ‘부산영화제’는 국제라는 이름을 내건 거창한 영화제들과는 달리 영상예술에 뜻을 가진 청소년과 일반인들의 영화 축제입니다. 비록 단편이지만 자신들이 쓴 시나리오로 직접 촬영하는 ‘부산영화제’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부산영화인협회가 되고자 합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작가 혼자서, 배우 혼자서, 감독 혼자서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예술이기 때문에 영화에 뜻을 둔 일반인에게는 협회가 필요합니다. 배우들에게 감독을 소개하고 감독들에게 작가를 소개하는 식의 인프라를 구축한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뛸 계획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슈인 때라 영화의 전당에 가본 시민들보다 가보지 않은 시민들이 더 많다며 영화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그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전문영화인이라는 특권층들의 영화도시 부산이 아니라 시민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저변확대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학교를 찾아가 영화를 상영할 계획입니다. 예술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는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영화보고 수다 떨기부터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재미난 놀이가 영화제작이 된다면 ‘영화도시 부산’이 될 것이고, ‘부산사람이면 영화인’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로 작가로서의 계획은 물론 많은 작품을 쓰고, 영상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바로 재능기부입니다. 2년 전 부산시에서 ‘예술인 재능기부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작가가 꿈인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피아노나 미술 같은 다른 예능부분은 어려서부터 집중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으로만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풍부한 감수성, 관찰력 등의 남다른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나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쓰지 못합니다. 각각 그 매체에 어울리는 형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문자를 읽는 즐거움을 줘야 하고, 영화나 드라마는 보는 즐거움을 줘야 합니다. 그 나름의 형식미를 갖추지 못하면 좋은 소설,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라고 볼 수 없습니다. 연극, 영화, 뮤지컬, 소설 등 모두 각각의 형식을 뺀다면 결국 세상의 수많은 누군가의 이야기 중에서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소질이 있음을 알지만 가정형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배워서 관련학과로 진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다가설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준 것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 올 때는 정말 뿌듯합니다. 삶에 쫓겨 꿈을 잊고 살던 제가 꿈을 이루고 보니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포기가 아닌 가능성이라는 작은 싹으로 피어나길, 그래서 그들에게 한줄기 작은 희망으로 긴 인생을 밝혀 나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느꼈던 공모전 당선, 입봉과 같은 결실의 기쁨이 주는 긍정적인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 일간리더스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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